태풍 상륙 그리고 수로낚시
# 장마와 태풍 집중호우
우리나라는 한여름에 지역적/계절적 특성으로 인해 연 강수량의 70~80%가 짧은 시간에 내리는 집중호우가 있습니다. 이 시기를 장마기간이라고 하는데.. 낚시꾼들에게 참 계륵같은 시기입니다. 비가 적당히 꾸준히 내려준다면 오름수위 특수를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조건을 만들어주기도 하는데... 문제는 엄청난 강도로 짧은 시간에 쏟아지는 물폭탄 집중호우일 경우에는 인명/재산 피해를 야기하는 재앙이 되기도 하죠. 실제로 집중호우 시기에 무리한 낚시를 진행하다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지난 화요일까지 쏟아부은 비는 오후부터 점차 그쳤습니다. 마침내 강바닥이 범람할 정도로 불어나 흙탕물이 되었던 강물은 강바닥까지 깨끗하게 씻겨져 나간 것입니다. 금요일 오후 시간을 내서 섬강의 한 포인트를 체크했습니다. 불어났던 강물이 낚시하기 좋게 싹 빠지고 약간 수위도 올라와있는 것이 드디어 내일 토요일 낚시 하기 딱 좋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철수했습니다.
사실 금요일 오후부터 저녁까지 밤낚시를 진행했어도 정말 좋았을텐데 친구와의 선약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포인트만 체크하고 돌아갔습니다. 친구와 저녁식사를 하고 친구네 집에서 2차로 맥주 한잔을 더 하고 있는데 다시금 엄청난 비가 쏟아지더군요.. 불길한 느낌이 들어서 뉴스를 틀었더니 맙소사.. 갑작스런 태풍 상륙...
토요일 오전 전날밤 새벽까지 미친듯이 쏟아붓던 비는 거짓말처럼 그쳐있었고 해가 쨍하게 나는 것이 낚시를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은 늦은 오전 시간이지만 낚시 준비를 마쳐서 어제 봐뒀던 강 포인트를 향해 나왔습니다. 포인트에 도착했는데... 이게 무슨일인가... 아니 ㅋㅋ .. 다 빠졌던 강물은 불과 하루만에 다시 3미터가 넘게 늘어나있었습니다. 정면에 보이는 나무는 원래 약 4미터 정도의 크기의 나무로 온전히 다 보이는데 또.. 나무의 꼭대기 부분만 보이고 잠겨버렸네요. 저마저도 물살 때문에 올바르게 서있던 나무가 휘어져버린 것입니다. 그래도 욕심에 낚시대 한대만 편성해서 가볍게 지렁이를 껴서 잠깐동안 입질이 붙나 시도해봅니다. 역시나 어림도 없습니다..
# 결국은 수로 낚시
어쩔 수 없이 포인트 이동을 합니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수로 포인트로 와서 부랴부랴 3대 편성했습니다. 간밤에 쏟아진 물폭탄이 마치 거짓말인것 처럼 미친듯이 쨍하는 날씨와 파란 하늘이라니..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 날씨네요. 수로 포인트도 물이 제법 늘어서 찌가 똑바로 서질 않습니다. 짧은 대는 물이 빙글빙글 돌고 있고, 상대적으로 긴대는 물흐름이 타서 찌가 살짝 떠내려가기도 합니다.
옥수수 미끼가 잘 통하는 곳이므로 옥수수 미끼를 한알씩 꿰줍니다. 새옥수수일 경우에는 바늘을 숨겨 한알을 꿰주는 것이 좋고 소분해서 얼려놓은 옥수수 라면 녹으면서 흐물흐물 해지므로 상태가 좋은 옥수수 알이 아니라면 2알이나 3알꿰기를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옥수수 미끼 꿰는 방법이므로 간단한 참고만 부탁드리며, 미끼는 본인이 가장 편한 방법으로 낚시하면 되겠습니다.. ^^
잡고기 입질이 성화를 부리는 가운데, 가운대 대의 찌가 슬그머니 올라옵니다. 8월의 한낮에 대물 붕어가 물어줄리도 없고 그냥 별 생각없이 가볍게 챔질합니다. 그런데 이거... 보통 놈이 아닙니다...? 보통 8치 이하의 붕어라면 중경질 대에 아주 튼튼한 채비만 하는 제 채비에는 그냥 힘도 제대로 못 쓰고 달려나와야 되는데 몸을 뒤집으면서 난리를 치면서 나옵니다..!!
하지만 너무 약하게 챔질해서인지 나오다가 그만 바늘이 빠져버리고 맙니다... 수면위로 떠올라서 육안으로 확인이 되었는데 30년 짬밥의 제 눈에는 그냥 허릿급 이상의 대물 붕어였습니다. 아무리 작게 잡아도 최소 38cm 정도는 바라볼 수 있는 대물 붕어였습니다. 놓친 고기야 원래 크다고들 하니까 또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 사이즈를 늘린다고요.. ㅎㅎ 최소 38이고 잘하며 4자가 넘었을 수도 있을거라는 생각이 드는 아주 튼실한 붕어였는데.. 너무 아쉽네요.
그 다음에 마찬가지로 옥수수 미끼에 붕어가 올라옵니다. 그냥 가볍게 쓱쓱 달려나와서 5초컷으로 랜딩 해버리는 이런 녀석이 22cm 7치 붕어입니다. 아까 놓친 대물 붕어가 또 떠올라서 너무 아쉽습니다. 강원도에서 대물 붕어를 만나는건 강이건 수로건 저수지건 정말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특히나 과거에 비해 워낙 개체수가 없다고 느껴지는 요즘.. 허릿급 이상의 대물 붕어는 정말 보기 어려운 느낌입니다. 얼굴을 보여준 고마운 7치 붕어는 바로 집으로 보내줍니다.
갑자기 하늘이 흐려지면서 빗방울이 톡톡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3시쯤 해서 철수하려고 생각 했었습니다. 하지만 강 포인트로 출조해서 시간 낭비도 있었고 해당 포인트에서 낚시한 시간이 적어서 만족이 되질 않았죠. 아까 처음에 물어줬던 대물 붕어를 잡아내고 7치 붕어를 잡았으면 짧은 두어시간 낚시에 만족하고 빗방울이 떨어지는 이 순간 바로 철수 준비를 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쉬움이 커서 또 후회할 것을 알면서도 낚시를 감행합니다. 발앞에 보이는 돌에 물이 차오르면 철수하리라... 라고 마음을 먹고요.
역시나 비가 올 때는 지렁이 미끼의 반응이 좋습니다. 곧장 지렁이 미끼에 한 마리가 또 올라옵니다. 먼저 올라온 녀석볻는 사이즈가 조금 작습니다. 이 녀석도 곧장 보내주고 낚시를 더 진행합니다. 그런데 비가 미친듯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수로에 물이 급격하게 불어납니다. 발앞에 보이는 돌에 물이 닿기 시작합니다. 돌하고 물 까지의 거리는 약 30cm 정도 되었고.. 수위 높이 차이로는 한 7~8cm는 수위가 올라와야 닿을 정도인데... 역시 수로라 미친듯이 쏟아지는 비에 금세 물이 불어나네요.
아무리 낚시가 좋다지만 위험하게 낚시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계획한데로 돌에 물이 닿자마자 바로 장비를 걷어서 철수 준비를 합니다. 부랴부랴 철수 준비를 마치고 차에 돌아와서 짐을 일단 다 때려넣고 복귀하면서 살펴보니.. 금세 수로의 물이 엄청나게 불어나서 흙탕물이 되었습니다. 욕심 부리고 철수에 소극적이었다면 위험해지는 순간입니다. 사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을 때 안전하게 철수하는게 더 옳은 선택이었을지도 모르죠. 낚시도 좋지만 그 좋은 낚시.. 더 오랜 시간 즐기려면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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