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일침 수로낚시 그리고 수컷 4자붕어
# 수컷붕어의 존재
수컷 붕어는 생각 외로 정말 만나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붕어의 성비는 흔히 1:9 로 알려져 있습니다. 단순히 성비로만 보면 10 마리 잡으면 암컷이 9마리고 수컷이 1마리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실제로 붕어를 약 100마리 잡으면 그 다운에 95~98마리는 암컷 붕어라고 생각이 듭니다. 흔히 수컷 붕어를 확인하는 방법으로는 아가미 뚜껑 부분에 돌기로 확인을 하는 편인데 보통은 확연히 많은 돌기가 보이므로 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 수로낚시를 나오다
마음도 갑갑하고 머리도 식힐 겸 주중에 오후에 잠깐 수로 포인트로 출조했습니다. 짐빵 하기도 싫고 촬영도 하기 싫고 그냥 조용히 낚시나 즐길 생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외대일침 낚시를 시작합니다. 장마 이후에 강붕어들이 올라타기는 했을텐데 큰 기대는 없이 낚시를 시작합니다. 어차피 물어주면 잡는 것이고 붕어가 입을 벌리지 않으면 도저히 잡히지 않는게 붕어니까요.
외대 일침 낚시만 진행하다가 입질도 없고 어둠이 내리길래 낚시대 위치를 조금 조정하고 한대를 더 편성해서 총 2대로 낚시를 이어가 봅니다. 과거에 비해 근래에는 정말 어디를 가도 붕어 입질 보기가 어렵다라는 생각을 하고는 하는데... 언젠부터인가 붕어의 개체수가 너무 적어진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제가 어릴 때는 강에서 그냥 지렁이만 달아 던져도 나오는게 붕어였는데 말입니다. 심지어 찌 없이 초릿대 끝에 초릿실만 보고 움찔거리는거 보고 잡았던 적도 맞습니다. 물 흐름에 끝보기 낚시를 하는게 아니라 저수지에서도 저런식으로도 낚시를 하고는 했었죠.
낚시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자연 앞에 사람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존재인가... 입니다. 그렇게 열심히 낚시를 다니고 열심히 촬영을 해도 작은 붕어를 잡는 것 조차 영상 안에 온전히 담기가 쉽지 않습니다. 큰 붕어는 더욱 더 그렇고 말입니다. 2시간 내내 온전히 집중해서 낚시를 할 때는 입질 한번이 없다가 잠깐 목 스트레칭 하고 눈도 풀어주고 하면 찌가 끝까지 올라와 있고는 하죠..
# 수컷 4자붕어의 출현
모처럼 이렇게 좀 편하게 낚시를 할 때... 촬영도 안 할 때 큰 붕어가 나와줍니다. 그것도 무려.. 4짜 수컷 붕어입니다. 말도 안 되는 경우죠.. 7치가 넘어가는 수컷 붕어 보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하물며 월척 수컷 붕어는 평생을 낚시 다녀도 구경 조차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허릿급 이상 수컷 붕어는 말할 필요도 없죠.. 그런데 수컷 4자 붕어라니요..?!
허리급 붕어와 4자 붕어는 사이즈, 즉 길이로는 얼마 차이가 나질 않지만.. 그냥 육안으로 보면 차이가 어마어마하죠.. 빵하고 체고하며 고작 길이로는 몇센티 차이밖에 안 나지만 말입니다. 게다가 이 녀석은 강에서 올라탄 녀석인지 노지의 강인한 강붕어 그 자체의 억세고 탄탄한 체형 강한 비늘 강한 두개골 턱뼈를 지니고 있더군요. 저와 자주 동반출조하는 윤스TV는 강붕어를 잡고 보고는 강붕어들은 유난히 참 튼튼해 보이고 강인해 보인다고 말을 하곤 합니다.. ㅎㅎ
이렇게 평생 보기 힘든 붕어를 만났으니 욕심이 생겨서 집으로 데려옵니다. '낚붕이' 라는 이름도 지어주고 힘이 닿는데 까지 잘 키워보고 싶어서 데려왔습니다. 하지만 준비가 제대로 되진 않았던 걸까요.. 며칠째 좀처럼 회복을 못하고 지느러미가 녹고 결국에는 곰팡이 병이 걸려서 용궁으로 떠나보냅니다..
하.. 이번 일을 겪으면서 또 한가지 배웠습니다. 제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귀한 생명을 허망하게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생명이란 것은 물론 전부 소중한 존재입니다. 작은 붕어 잡고기라고 그 목숨이 하찮은 것은 아니죠. 하지만 쉽게 보기도 힘든 대물 붕어.. 그것도 4자 수컷 붕어를 이렇게 보내버렸습니다. 지나고 돌이켜보면 제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봅니다. 그냥 평소와 같이 얼굴 보여줘서 고맙다고 하고 잘 보내줬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차라리 먹으려고 가져온 것이라면 헛된 생명을 보낸 것은 아니었겠지만요. 짧은 시간 어떻게든 살려보겠다고 온갖 행동을 다 했는데 결국 전부 의미가 없는 부질없는 행동이 되었습니다. 곰팡이 병이 더 번지기전에 그냥 다시 방생이라도 했어야 했는데 말입니다.
준비가 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데려와서는 어리석은 제 행동에 대한 후회만 남게 되었습니다. 낚붕이는 마당 화단 한켠에 잘 묻어주었습니다. 이번 일로 다시는 4자 붕어를 키울만한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데려오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언젠가 큰 수조를 들여놨을 때 준비가 다 돼있을 때나 제게 오는 4자 붕어가 있다면 모를까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귀한 생명 헛되이 보내지 않겠다고 다시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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